혹시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시대를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가벼운 상처나 감염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현대 의학이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하는 세상 말입니다. 공상 과학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의 등장은 인류가 마주한 매우 현실적인 위협입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여기 호주에서 이 암울한 미래를 막을 수 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호주 모나쉬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슈퍼 박테리아를 죽이는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최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이제 인류의 생명까지 구하는 영역에 도전하는 AI. 이 글에서는 공상 과학 영화 같던 이야기가 어떻게 호주에서 현실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아주 작은 단백질이 인류에게 어떤 거대한 희망을 선사하는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목차
1. ‘조용한 팬데믹’, 슈퍼 박테리아의 공포
‘슈퍼 박테리아’는 전문 용어로 ‘항생제 내성균(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이라 불립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매우 강력해진 박테리아를 의미합니다. 20세기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시작된 ‘항생제의 황금 시대’는 인류를 감염병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과 오남용은 박테리아에게 스스로를 방어하고 진화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박테리아는 유전 물질(플라스미드)을 서로 교환하며 내성 정보를 공유하고, 점점 더 강력한 ‘슈퍼 악당’으로 변모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항생제 내성 문제를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으로 규정하며, 세계 공중 보건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만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27만 명에 달했으며, 이는 같은 해 HIV/에이즈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매년 1천만 명이 슈퍼 박테리아로 사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간단한 수술이나 상처 감염이 다시금 생명을 위협하는, 항생제 이전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항생제 내성 관련 공식 자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호주 과학자들, AI에서 희망의 열쇠를 찾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2025년 7월 10일 호주 멜버른의 모나쉬 대학교 생의학 발견 연구소(Monash 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합성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 단백질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대장균(E. coli)과 같은 슈퍼 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관련 보도: 신화통신 공식 발표)
이 단백질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직접 공격하여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존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집니다. 이는 박테리아가 쉽게 새로운 내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번 발견이 단순한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을 넘어, 슈퍼 박테리아와의 전쟁에서 인류에게 새로운 무기를 쥐여준 것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3. AI는 어떻게 수십 년 걸릴 일을 해냈는가?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슈퍼 박테리아의 특정 기능을 멈추게 하는 것을 ‘매우 복잡한 자물쇠를 여는 것’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과거의 신약 개발 방식은, 수백만 개의 ‘무작위 열쇠(화합물)’를 하나씩 자물쇠에 꽂아보며 우연히 맞아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는 수십 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매우 비효율적인 과정이었죠. 하지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다릅니다. 이 AI는 수십억 개의 단백질 구조와 아미노산 서열이라는 ‘생물학의 언어’를 미리 학습했습니다. 마치 챗GPT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 것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슈퍼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뚫을 수 있는 창 모양의 단백질을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AI는 즉시 그 조건에 맞는 수천, 수만 개의 새로운 단백질 설계도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설계도가 가장 효과적일지 미리 테스트까지 합니다. 이 덕분에 과학자들은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군만 골라 실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고, 수십 년 걸릴 일을 단 몇 주 만에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4. 호주는 왜 AI 신약 개발에 강한가?
이번 모나쉬 대학교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호주는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 공학 및 의료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혈액 제제 기업 CSL, 그리고 가반 의학 연구소(Garvan Institute), 월터 앤 엘리자 홀 연구소(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등은 이미 세계 의학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생명 공학 기반 위에, 호주 연방정부와 CSIRO(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가 AI와 같은 첨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시너지가 폭발한 것입니다. 이번 성과는 호주의 꾸준한 기초 과학 투자가 어떻게 미래 산업과 인류 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5. AI 신약 개발이 바꾸게 될 우리의 미래
이번 성공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명’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AI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입니다.
- 시간과 비용의 획기적 단축: 수십 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이 단 며칠, 몇 시간으로 줄어들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곧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약값의 인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맞춤형 치료제 시대의 개막: 개인의 유전 정보나 특정 암세포의 특성에 딱 맞는 ‘맞춤형 단백질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기존 화학 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암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 신종 전염병에 대한 신속 대응: 미래에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AI를 이용해 그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하여 팬데믹의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6. 넘어야 할 과제와 윤리적 고민
물론 AI 신약 개발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설계한 단백질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엄격하고 오랜 기간의 임상 시험은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또한, 이 혁신적인 기술로 개발된 신약에 누가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비용과 접근성’ 문제, 그리고 AI의 판단 과정을 100%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윤리적, 사회적 과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시작된 이 놀라운 변화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와 함께 지혜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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